2006년 09월 14일
‘미국 CSI’ vs ‘한국 과학수사팀’
뭐랄까 알고 있지만 알면 안되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 상황...
그리고 밑에 나오는 명대사(??)
미국에서도 CSI방영 이후 과학수사가 만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실제 수사진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CSI신드롬’(배심원들이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으면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미국 쪽이 시설이나 장비가 좀 더 좋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미국 CSI나 한국과학수사팀이나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에 이슈가 될만한 강력사건 소식이 올라오면 밑에 달리는 리플들은 보통 ‘CSI한테 맡겨야 한다’라거나, ‘우리나라는 미국 따라가려면 멀었다’라거나, ‘우리나라가 과학수사를 하기는 하냐’는 것 같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현장 요원으로서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한국의 과학수사팀은 지문채취와 그를 통한 신원 파악에 있어서는 세계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이라화된 시체의 손가락 끝을 끓는 물에 넣어 불린 뒤 지문을 떠낸다거나, 익사한 사람의 불어터진 손가락 가죽을 벗겨내고 골무처럼 끼고 지문을 뜬다거나 하는 일은 한국 과학수사팀 밖에 하지 못한다(작년 쓰나미 사태 때 실종자들의 신원 파악은 우리나라가 1등이었다. 다른 선진국의 조사팀들이 견학을 올 정도였다). 이런 얘기들이 어쩌면 역겹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죽은 이가 누구인지,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들으려하는 게 과학수사팀의 자세일 것이다. 과학수사는 완전범죄를 방지하고 사회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지원사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CSI는 브라운관 안에서 멋진 폼으로 총 들고 범인을 직접 쫓고 있을테지만, 현실의 한국 과학수사팀은 경찰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치안활동 중 하나로 감식작업을 하고 있다. 전자는 환상이고, 후자는 현실이다. 환상은 달콤하지만 덧없고 현실은 씁쓸하고 잔인하지만 그게 삶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과학수사요원들은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의실현을 위한 증거 수집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 나가고 있을 것이다.
# by | 2006/09/14 20:35 | 따지고 들기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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